칙과 통제. 매트릭스의 함정 _난지스튜디오 입주작가 이재형


현대인들에게 격자식 행렬 구도는 그리 낯설지 않다. 매일 마주하는 도시의 교차로에서도 빌딩의 신축 현장에서도, 심지어는 사무실과 교실의 책상 배열에서도 우리는 행과 열의 합리적 시스템을 발견한다. 이렇듯 다양한 요소에서 동일한 기본 구조가 발견되는 까닭은 현대 사회의 근본적 구조가 이성적 판단에 의거한 수학적 인식을 원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과 열의 구조를 우리는 행렬, 즉 매트릭스(Matrix)라 지칭하는데, 1855년 수학자 케일리(Arthur Cayley,1821-1895)에 의해 발견된 행렬 구조는 현대 수학의 응용 분야 및 다양한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 이러한 행렬 구조는 우리가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가시적 수준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아마도 합리적 기계언어인 디지털의 0과 1의 반복적인 구도 때문일 것이다. 시스템은 규칙에 의해 제어되고, 규칙은 기본적인 합리성에 기인한다. 때문에 행렬은 수학적 수식을 넘어 우리 사회의 기본적 시스템 자체가 된다.

장황한 매트릭스에 관한 설명은 작가 이재형을 위한 주석으로 봐주었음 한다. 그는 작품 제목에서부터 매트릭스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매트릭스 구부리기> 시리즈 / <매트릭스에 갇히다>, <생태학적 매트릭스> 등). LED를 작품의 주요 소재로 사용하는 작가에게 있어 매트릭스 구조의 철망은 다분히 작품의 기본 골조 자체로서 기능하고 있지만, 그에게 있어 매트릭스는 작품 의미 영역을 침투하는 하나의 중심 소재이다. 작품의 주요한 의미 부분을 제목으로 사용하는 그의 투박함은 뒤로 하고, 왜 매트릭스가 작품의 중심 의미축을 생성하는지에 관하여 분석해보자. 이재형이 2007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매트릭스 구부리기 Bending Matrix> 시리즈는 격자 철망을 뒤틀어 그 사이에 LED를 배치하는 작품들이다. 실험적으로 매트릭스 철망을 드러냈던 첫 시도 이후 작가는 동물의 외피를 통해 구부러진 매트릭스를 암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에게 있어 매트릭스는 획일화된 시스템을 상징하는 의미 체계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작품의 근본을 이루는 구조가 된다. 이러한 아이러니한 상관관계를 그는 사회 시스템에 의해 제기되는, 보다 구제척으로는 '합리'와 '효율'이라는 명제에 묻힌 '규칙'에 의한 '통제'로서 이해한다. 정확한 행과 열의 규칙 속에 동일한 면적으로 배분된 그리드 철망을 그는 의도적으로 구부려 새로운 공간과 면적을 획득하고 있는 셈이다.

작품이 지닌 아이러니는 작품의 표면과 의미에서 오는 불일치에서 발생한다. 가장 효율적인 매체로 각광받는 LED가 작품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는 의미를 상쇄시키는 작용을 한다. 의도적 아이러니는 작품의 의미를 배가시키지만 통제되지 않는 아이러니는 혼란을 가중시킨다. 때문에 이재형의 작품은 그러한 충돌 사이에서 스스로의 위치를 의도한 의미 체계 안에서만 기능하게 만든다. 그의 구부린 행렬은 다소간의 정리가 필요하다. 다만 그의 드로잉 작 <매트릭스에 갇히다> 에서도 충실히 드러나는 구조에 대한 관심은 이후의 작품에도 견고하게 그의 바탕을 지켜줄 것이라 예상한다. 그의 작품이 제시하는 의미와 소재의 역설적 불일치가 안정적으로 융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이러한 견고성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권위적 시대의 주류 수식에 대한 이단으로서 시작된 수학의 행렬 이론은 현재 현대 수학 및 과학의 기반으로서 활용되고 있다. 이재형의 행렬이, 그가 제기하는 기성 시스템에 관한 의문이 향후 전개될 그의 예술적 기반으로서 새로운 예술 작품의 초석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의 행렬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유원준 (더 미디엄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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